나는 요리를 참 잘한다.

Author
tour1
Date
2025-01-14 09:17
Views
201
나는 요리를 참 잘한다.
물론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다.
생존을 위한 삶속에서의 체득이다.
시골깡촌의 가난한 농가에서 자랐으니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다.
어린시절 부터 도시의 학교를 다니며 자취를 시작했고 청년기에도 주로 혼자 지내는 세월들이 많았다.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곧 생존이었다.
그시절에 그렇다고 요리에 진심 일 수 는 없었다.
하고싶은 것 도 많고, 놀고 싶은 마음도 커서 삼양과 농심의 라면에 많이 의존했다.
간혹 눈물나게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면 솥에 밥도 하고 국도 끓여 봤다.
뭔 맛이 있었겠는가?.
엄마의 맛을 찾아보려고 별짓을 다 해봤다.
쉽지 않았다.
내 엄마는 좀 특별했다.
종손집 며느리도 아녔는데 동네 잔치음식은 반드시 엄마손을 거쳐야 했다.
동네 대소사의 먹거리는 늘 엄마가 사령관이 되어 준비했다.
암묵적으로 간이 좋고 음식솜씨가 있음을 새댁 시절부터 인정받았던 것이다.
지금은 많이 늙으셔 손을 놓았다.
그런 엄마의 맛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점점 자취의 연한이 쌓이며 엄마의 맛에 대한 갈망은 종종 커졌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짓 저짓 엄마의 맛을 찾는 짓을 많이 해봤다.
주로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을 만들어 봤다.
라면 외에 특별히 엄마의 맛을 뛰어 넘는 여타의 음식에 대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요리의 비법은 된장과 간장이다.
모든 요리에 간장은 필수이며 색갈있는 음식에 된장은 반드시 들어간다.
음식의 맨 밑에 있는 묵직한 맛은 우리 간장과 된장이 담당한다.
물론 고추장도 한몫 한다.
다음은 갖가지 재료의 투입 타이밍 이다.
특히 양념류는 더더욱 그렇다.
한거번에 때려 넣고 푹삶아 내는 것을 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밥이다.
본의 아니게 개밥을 먹어야 할 때면 정말 힘들다.
입을 대보면 너무도 완연히 느껴진다.
참 못된 입맛이다.
다음은 재료들의 궁합이다.
뭐 영양학적인 궁합은 모른다.
엄마가 했던 음식의 궁합들을 떠올려 보고 따라 한다.
대부분 맛있다.
비밀 이지만 엄마 만의 맛에 비밀을 나는 하나 알고 있다.
아니라고 이야기는 하시지만 미원을 조금은 쓰는 걸 나는 봤다.
나의 음식에는 가능하면 인공조미료는 안쓴다.
된장과 간장으로 대신하고 마른 멸치를 한 주먹 넣는 것으로 해결한다.
오늘의 요리는 얼큰 수제비다.
내 수제비는 덩어리가 크다.
씹히는 식감이 웅장하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야들야들한 수제비는 굉장히 별로다.
된장과 간장으로 물에 풀었다.
멸치,감자, 양파를 우선 넣고 냉이를 한 줌 넣었다.
고추장도 약간 넣었다.
가끔 묵은 김치를 다져 넣기도 하지만 오늘은 생략이다.
콩나물도 조금 넣었다.
일단 한번 푹 끓이며 수제비를 듬성듬성 떠넣었다.
고추가루 약간과 파, 마늘을 넣었다.
애호박도 썰어 넣었다.
마지막 끓어 오를때 계란을 하나 탁.....
끝으로 간을 새우젓으로 맞춘다.
이것이 오늘의 요리 엄마표 얼큰 수제비다.
수제비의 품격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켑사이신에 의존한 얼큰 수제비는 요리라고 할 수 없다.
ㅋㅋㅋ